시 집

박형서시인 / [그 사랑은 그리움이었어] [난, 너에게 사랑으로 남고 싶다]

박형서 2018. 11. 9. 21:03




그 사랑은 그리움이었어 1.2


글 / 박 형 서


1.


불면의 쓸쓸한 밤, 두 눈이 충혈된다

기다림으로 이어진 어둠의 끝 자락,

창백한 얼굴이 하얀 낮달로 걸리우고

훌쩍 떠나간 넌, 바람으로 다가와서

잠시 곁에 머물며 그리움만 전해준다


구원처럼 다가왔던 속 깊은 내 사랑,

때론 따스한 바람결로 불어와서

깊이 잠든 영혼 속으로 스며들어

드리워진 어둠만을 환하게 밝혔다 


투명해서 그리운 사랑으로 남은 너,

나도 네 영혼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나목의 외로운 분신처럼 자리한다


애증과 갈등속의 긴 세월이었지만

서원처럼 간직된 사랑의 언약들이

하나의 생명처럼 존재하는 까닭에

안타까운 고백의 간절한 기도는

내가 살아갈 마지막 이유로 남는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그리움이란 걸

이제서야 서서히 깨달아 가는데

사랑의 둥지엔 찬 바람만 불어오고

떠나버린 새는, 환상으로 다가온다


2.


이 가을은 하얀 설원 속에 덮히고

빈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틈새로

너를 향한 그리움의 설국열차는

사랑의 철로 위를 숨차게 달려간다

 

바라볼 수 없지만, 간직한 사랑이다

가슴시린 세월을 가슴으로 안은 채 

기다림이 잉태한 그리움 앞에서

숙연해진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련만

멀리서 철새들의 날갯짓만 들려온다 


외사랑이 깊어지면 그리움으로 남는

때늦은 깨달음에 마음만 저려오고

나목으로 남겨진 사랑이 눈물겹다

왜 이토록 사랑은 시리도록 아픈 걸까


정녕 사랑은 심오한 그리움이었어

이별 후의 사랑마저 그리움 이었다

사랑의 돌계단을 새벽까지 오르면서

은빛 만년필로 원고지를 채운 것도 

눈물보다 더욱 쓰린 그리움이었지


사랑 숲 속, 빈 둥지에 홀로 머물며  

힘겹게 간직한 재회속의 그 사랑,

하얀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으련만

마치 백야처럼 아련하게 이어진 

순백의 아름다운 그리움이었다


누군가를 위하여 애타게 울어주는

바이올린 선율이 가슴에 담길 때,

진한 그리움의 화신처럼 남아있는

슈만과 클라라의 애틋한 그 사랑,

기다림이 잉태한 그리움이었어


그 사랑, 사랑이란 그리움이었어

내 그리움, 그리움이란 사랑이었지


- 난, 너에게 사랑으로 남고 싶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