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집

[서글픈 애증의 사랑 1.2] [삶은 새벽빛 고독이었다] / 박형서 시인

박형서 2018. 11. 5. 20:25




서글픈 애증의 사랑


글 / 박 형 서


1.

당신 곁을 바람처럼 떠나온 날이

마치 어제 같은 짧은 기억이련만

이미 많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그 많은 날들이 스쳐지나 갔지만

강물 닮은 세월을 뒤돌아 보는 건

사랑의 물안개가 아련히 피어나는

새벽 강기슭을 지닌 까닭입니다


사랑을 위해 서로를 묶어야 했던

안타까운 구속의 그 아픔마저도

비로서 사랑임을 깨달아 갑니다


애증의 마음은 미움을 남겼지만

사랑이란 미완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런 미움마저 나에겐 사랑입니다


이별후의 보고픔이 재회로 향하고,

심한 목마름과 안타까운 갈증이

당신 향한, 숨겨진 그리움이란 걸


어느 날, 문득 가슴치며 알았을 때

고여든 눈물을 목으로만 삼키면서,

낡은 소설,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사랑의 두꺼운 알껍질을 깨고 나와,


있는 그대로의, 원색적인 그 사랑을

가을이 오버랩 된 서글픈 눈빛으로

갈빛 숲을 거닐며, 혼자 바라봅니다


낙엽들이 쌓여있는 가슴속에서

그 사랑을 만나고픈 간절한 울림이

시인의 낮은 독백으로 들려옵니다


"그래, 사랑이란 그런 것이란다

사랑이란 서로의 상처를 감싸면서

힘겨움에 지친 삶의 쓰라림 속에서도

정녕 너도, 나도 아닌 우리들로

초월하며 거듭 태어나는 것이라고,


한 마리 작은 새, 떨고있는 너를 위해

두 팔벌려 굵은 빗줄기를 막아내며

세찬 바람에도, 지켜주는 것이라고"


울음섞인 시인의 서글픈 독백이

소주잔에 고여드는 가을 달빛처럼

사랑의 잎새로 수북이 쌓여갑니디


2.

빈 가지를 흔들며 나목으로 서 있는

한 그루 가을 나무를 끌어 안으면서

당신을 위하여, 나를 비워낼 마음으로

내 사랑의 둥지를 지켜야만 했는데,


따뜻한 위로의 손길만을 기다리면서

오직 당신만의 차가움만 원망하며

이기적인 가슴만 채우려 했습니다


초겨울의 길목에서 돌아 본 사랑,

지난 날의 기억들이 후회로 남습니다

때늦은 기도의 고백만을 간직하며

회개의 세월 안고, 고개를 숙이련만

찬 바람이 스며든 가슴은 저려옵니다


힘겹고 지친 사랑을 홀로 외면하면서

한마리 새벽새처럼 훌쩍 떠나온 사랑,


그 사랑의 애증을 미완으로 간직한 채

가을 우체국의 빨간 우체통 앞에서

사랑의 고백록을 편지처럼 남깁니다


당신 곁을 멀리 떠나온, 아쉬운 이별,

작은 별의 환상으로 남겨진 까닭에

긴 한숨의 속깊은 아픔도 사랑입니다


겨울이 다가오는 가슴 밭으로

사랑의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 유성,

그 별이 당신이란 걸, 깨달은 것은

샛별의 낮은 음성을 들은 후입니다


첼로의 저음으로 다가온 그 목소리,

forget me not, forget me not...

물망초의 음성이 가슴을 때립니다 

그 사랑의 애틋함에 고개를 숙입니다 


- 삶은 새벽빛 고독이었다.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