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애증의 사랑
글 / 박 형 서
1.
당신 곁을 바람처럼 떠나온 날이
마치 어제 같은 짧은 기억이련만
이미 많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그 많은 날들이 스쳐지나 갔지만
강물 닮은 세월을 뒤돌아 보는 건
사랑의 물안개가 아련히 피어나는
새벽 강기슭을 지닌 까닭입니다
사랑을 위해 서로를 묶어야 했던
안타까운 구속의 그 아픔마저도
비로서 사랑임을 깨달아 갑니다
애증의 마음은 미움을 남겼지만
사랑이란 미완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런 미움마저 나에겐 사랑입니다
이별후의 보고픔이 재회로 향하고,
심한 목마름과 안타까운 갈증이
당신 향한, 숨겨진 그리움이란 걸
어느 날, 문득 가슴치며 알았을 때
고여든 눈물을 목으로만 삼키면서,
낡은 소설,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사랑의 두꺼운 알껍질을 깨고 나와,
있는 그대로의, 원색적인 그 사랑을
가을이 오버랩 된 서글픈 눈빛으로
갈빛 숲을 거닐며, 혼자 바라봅니다
낙엽들이 쌓여있는 가슴속에서
그 사랑을 만나고픈 간절한 울림이
시인의 낮은 독백으로 들려옵니다
"그래, 사랑이란 그런 것이란다
사랑이란 서로의 상처를 감싸면서
힘겨움에 지친 삶의 쓰라림 속에서도
정녕 너도, 나도 아닌 우리들로
초월하며 거듭 태어나는 것이라고,
한 마리 작은 새, 떨고있는 너를 위해
두 팔벌려 굵은 빗줄기를 막아내며
세찬 바람에도, 지켜주는 것이라고"
울음섞인 시인의 서글픈 독백이
소주잔에 고여드는 가을 달빛처럼
사랑의 잎새로 수북이 쌓여갑니디
2.
빈 가지를 흔들며 나목으로 서 있는
한 그루 가을 나무를 끌어 안으면서
당신을 위하여, 나를 비워낼 마음으로
내 사랑의 둥지를 지켜야만 했는데,
따뜻한 위로의 손길만을 기다리면서
오직 당신만의 차가움만 원망하며
이기적인 가슴만 채우려 했습니다
초겨울의 길목에서 돌아 본 사랑,
지난 날의 기억들이 후회로 남습니다
때늦은 기도의 고백만을 간직하며
회개의 세월 안고, 고개를 숙이련만
찬 바람이 스며든 가슴은 저려옵니다
힘겹고 지친 사랑을 홀로 외면하면서
한마리 새벽새처럼 훌쩍 떠나온 사랑,
그 사랑의 애증을 미완으로 간직한 채
가을 우체국의 빨간 우체통 앞에서
사랑의 고백록을 편지처럼 남깁니다
당신 곁을 멀리 떠나온, 아쉬운 이별,
작은 별의 환상으로 남겨진 까닭에
긴 한숨의 속깊은 아픔도 사랑입니다
겨울이 다가오는 가슴 밭으로
사랑의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 유성,
그 별이 당신이란 걸, 깨달은 것은
샛별의 낮은 음성을 들은 후입니다
첼로의 저음으로 다가온 그 목소리,
forget me not, forget me not...
물망초의 음성이 가슴을 때립니다
그 사랑의 애틋함에 고개를 숙입니다
- 삶은 새벽빛 고독이었다.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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