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집

[스크랩] 13월의 무인도처럼 조용한 숲속 /박형서

박형서 2018. 11. 6. 14:14




13월의 무인도처럼 조용한 숲속
[박형서]


신비한 바람의 기류에 떠밀려
무작정 걷다 도착한 숲 속길,
문학의 숲속에서 방향을 상실한 채
돌아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13월의 무인도처럼 조용한 숲속,
밤이오면 샛별을 헤아렸습니다
그리고 달빛 가득담긴 커피를 마시면서
숲속 나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렵게 먼 길을 힘겹게 돌아
한마리 새처럼 찾아온 나의 서재,
책상 위의 촛불은 이미 꺼지고
주인잃은 서재는 온통 어둠이었습니다


조용히 의자에 앉아 꺼진 촛불을 다시 켭니다
원고지가 걸어서 나에게 다가오고
만년필도 나를 향해 걸어왔습니다


숲속의 방황을 끝내고 돌아온 좁은 길,
글을 쓰고 싶은 심한 목마름에
몇잔의 커피를 연달아 마셔보련만,
가슴속의 갈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메마른 영혼의 빈 숲속엔
찬 바람결만 가득 고여 들었습니다


세찬 바람을 잠재우고 싶어서,
원고지와 팔랑이는 촛불을 바라봅니다
촛불은 둥근 원의 파문을 그리며
점점 더 밝아져 옵니다


흔들리는 촛불을 끌어 안은 채
새벽을 깨우는 보라빛 여명의 율동,
숲속에서 기다리던, 그 빛이었습니다
거듭 태어나고 싶은 염원이었습니다


촛불과 여린 빛이 밝혀주는 원고지에
아련한 노을로 물들어가는
가을빛 사랑을 써내려갑니다
커피포트의 물은 보글보글 끓고 있는데
아직 가슴 속은 시리기만 합니다


- 시와 음악과 사랑이 있는곳 -




 



출처 : 시와 음악과 사랑이 있는곳
글쓴이 : 김용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