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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서시인 / [ 한 잔의 갈빛 커피] [난, 너에게 우정으로 남고 싶다]

박형서 2018. 10. 26. 16:26





한 잔의 갈빛 커피


글 / 박 형 서


겨울로 향하는 길목에

찬 바람이 불어온다


왠지 울적해진 마음으로

유리창 밖을 응시하며

이 가을이 스며든

한 잔의 갈빛 커피를

시린 가슴으로 마신다


계절이 남긴 나무액자에

메마른 꽃, 야생화로 담기는

고개숙인 침묵의 깊은 가을,

벌거벗은 나목과 우정을 약속한

그 가을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가을이 편지처럼 전하는

들꽃이 그려진 하얀 캔버스,


내 마음속의 안온한 공간,

낡은 서재의 가을 갤러리에

추상화를 닮은 액자로 걸리고

갈빛 커피향으로 가득한

늦가을 삶의 짙은 흔적,

고뇌의 방황과 아픔을 지운

인생의 그림자로 남는다


내 인생의 흔적을 가득 안고

시간이 흐르면 다시 만날

또 다른 가을과의 만남을 위해

겨울잠의 좁은 문 앞에서

깊어진 우정 속의 가을과

아쉬운 헤어짐을 예비하련만,


돌아서는 발걸음을 멈춘 채

미련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두 갈래의 흐릿한 갈림길,

아쉬운 마음으로 서성이며

한 그루 나목처럼 서있다


가을 나목들이 뿌리를 내린

갈빛 커피, 한 잔 속엔

아직 못다한 고백들이

겨울 편지로 남아야 할,

힘겨운 외로움의 무게로

모노 드라마의 독백처럼

이 가을의 의미로 담겨있다


이 가을을 보내는 서운함,

홀로 바라보는 이별 길목에서

그저 서글픔에 고개를 숙이며

가을 찻잔 속에 담겨진

갈빛 커피, 쓴 눈물을 마신다


그 눈물의 아픈 의미를 

가을 나무는 알고 있으리라

아직 창 밖엔 바람이 불어오고

늦가을은 뒷모습만 남긴 채

저 멀리 사라져간다


쓸쓸한 나목되어, 위로하며

삶의 심연, 그 맑은 대화 속에

서로 울고 웃던 추억의 가을 날,

그 우정을 안고, 떠나는 가을에게

내 서재를 밝히던 하얀 촛불

팔랑이며, 두 손을 흔들 때

한 편의 가을이란 모노 드라마,


텅 빈 객석을 비추던

가을빛 조명은 조금씩 흐려지고

가을 무대의 카키색 휘장은

겨울을 향해 바람에 날리며

마지막 독백의 여운 속에

서서히 닫혀져갔다

정녕 가을은 바다로 가는 걸까


- 난, 너에게 우정으로 남고 싶다 -


2018.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