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갈빛 커피
글 / 박 형 서
겨울로 향하는 길목에
찬 바람이 불어온다
왠지 울적해진 마음으로
유리창 밖을 응시하며
이 가을이 스며든
한 잔의 갈빛 커피를
시린 가슴으로 마신다
계절이 남긴 나무액자에
메마른 꽃, 야생화로 담기는
고개숙인 침묵의 깊은 가을,
벌거벗은 나목과 우정을 약속한
그 가을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가을이 편지처럼 전하는
들꽃이 그려진 하얀 캔버스,
내 마음속의 안온한 공간,
낡은 서재의 가을 갤러리에
추상화를 닮은 액자로 걸리고
갈빛 커피향으로 가득한
늦가을 삶의 짙은 흔적,
고뇌의 방황과 아픔을 지운
인생의 그림자로 남는다
내 인생의 흔적을 가득 안고
시간이 흐르면 다시 만날
또 다른 가을과의 만남을 위해
겨울잠의 좁은 문 앞에서
깊어진 우정 속의 가을과
아쉬운 헤어짐을 예비하련만,
돌아서는 발걸음을 멈춘 채
미련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두 갈래의 흐릿한 갈림길,
아쉬운 마음으로 서성이며
한 그루 나목처럼 서있다
가을 나목들이 뿌리를 내린
갈빛 커피, 한 잔 속엔
아직 못다한 고백들이
겨울 편지로 남아야 할,
힘겨운 외로움의 무게로
모노 드라마의 독백처럼
이 가을의 의미로 담겨있다
이 가을을 보내는 서운함,
홀로 바라보는 이별 길목에서
그저 서글픔에 고개를 숙이며
가을 찻잔 속에 담겨진
갈빛 커피, 쓴 눈물을 마신다
그 눈물의 아픈 의미를
가을 나무는 알고 있으리라
아직 창 밖엔 바람이 불어오고
늦가을은 뒷모습만 남긴 채
저 멀리 사라져간다
쓸쓸한 나목되어, 위로하며
삶의 심연, 그 맑은 대화 속에
서로 울고 웃던 추억의 가을 날,
그 우정을 안고, 떠나는 가을에게
내 서재를 밝히던 하얀 촛불
팔랑이며, 두 손을 흔들 때
한 편의 가을이란 모노 드라마,
텅 빈 객석을 비추던
가을빛 조명은 조금씩 흐려지고
가을 무대의 카키색 휘장은
겨울을 향해 바람에 날리며
마지막 독백의 여운 속에
서서히 닫혀져갔다
정녕 가을은 바다로 가는 걸까
- 난, 너에게 우정으로 남고 싶다 -
2018.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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