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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서시인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스물, 우리들의 축제는 시작되었다]

박형서 2018. 4. 16. 13:10

 



글 / 박 형 서


난, 항상 나를 앞서 가려 하면서도

타인과의 거리를 좁혀가면서

그 하찮은 욕심을 내려 놓으련만

초조함의 시간이 서서히 흘러가면

내려 놓았음이 아쉬운 까닭일까


다시 무거운 삶의 짐을 등에 지고 

피곤한 일상의 늪으로 빠져들어

지치고 힘겨운 발걸음을 옮긴다


한 사람인 나에서 시작되어

세포로 분열된 여러 명의 내가

서로의 먼 거리를 좁히기 위하여

노란 나비 날개로 바람다스려가며

위선의 흔적을 지우려 하지만,


선과 악의 세찬 투명의 자력은

분화될 분신의 아바타를 밀쳐내면서

오직 한 사람으로 만들려 하지만

여러 명으로 남겨진 나는

스스로 자신에게 타인으로 남은

자신의 낯선 얼굴만을 바라본다


한 사람이 저지르는 죄악 앞에

삶의 선과 악을 분별하고 싶어서

실상과 허상의 날개를 달고

아프락시스를 향해  날아오르면,


멀리서 데미안의 음성이 들려오고

카멜레온 닮은 여려 명의 내가

비내리는 외로운 광장에서

두 팔벌려 너풀대며 춤을 춘다


연극 같은 삶이 싫어지는 까닭일까

울긋불긋한 피에로의 화장을 외면하며

어지러운 혼돈과  변신속을 떠나서

원색적인 삶의 미로처럼 남겨진

어둠의 터널 속으로 홀로 향한다


세포처럼 분화되어 모양을 지닌

 내 안에서 잠든, 많은 사람들이,

구별할 수 없는 나로 존재하기 이전에

한 명의 내 얼굴을 찾아야 할텐데,


끊임없이 내 안의 세포는 분화되어서

원색의 얼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한 그루 나무가 그 자리에 서있다

언제 나를 향해 조금씩 다가올까


떠나갔던 연어가 모천을 그리워하며

색색의 은빛 비늘을 반짝이면서

세찬 물살을 가르며 대열을 이룬 채

설레임의 원점으로 귀환한다


연어의 환상을 간직한 이후로

정녕 내가 누구인지 찾으려 했지만

시야를 가득 채운 삶의 피사체는

마네킹을 닮은 석상들 뿐이었다


날아 오르자, 한 번 더 날아보자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

출발의 원점에서 다시 발돋음하는

새로운 삶의 긴 여정을 시작한다


[우리들의 축제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