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집

박형서시인 / [안개 속으로, 스며든 사랑] [삶은 안개꽃 환상입니다]

박형서 2017. 11. 30. 11:08




안개 속으로, 스며든 사랑


글 / 박 형 서


1.

나를 떠난 그녀가 아득하게 멀어져

안개 속에 그 얼굴이 가려지던 날,

밤기차에 외로움과 눈물을 싣고

무인도의 쓸쓸한 섬으로 향하였다


기차와 목선을 힘겹게 갈아타며

서글픔을 사위려고 머무른 작은 섬,

그 섬엔 가끔 등대불이 비추이고

차가운 바람만 가슴으로 불어왔다


이별의 허전한 흔적을 지우기 위해

침묵의 섬을 택한 고립속의 쓰라림,

아쉬움의 허무만 하얗게 밀려오고

너를 보낸 마음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밤바다의 수평선에 불빛이 깜박인다

어디선가 스며드는 안개들의 낮은 환상,

그 속에 나를 묻고 스스로 눈 감을 때

때늦게 참회하는 애증 속의 아픈 사랑,


그 사랑이 텅 빈 가슴을 세차게 때린다

안개 닮은 사랑이 안개로만 다가옴에

포근했던 기억만을 흐릿하게 떠올리며

나마저도 안개 숲 뒷편에 숨어버린다


네가 새처럼 떠나간 강기슭에 서서

이제서야 깊이 깨닫는 사랑의 심오함,

안개 닮은 사랑이 안개로 남았을 뿐

안개 속에 스며든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녀의 발자국 흔적들을 찾아보련만

안개 숲엔 수북이 낙엽만 쌓여있고

초겨울의 나목들만 그녀 대신 서있다

안개 숲 속,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


2.

새벽 햇살에 휘뿌연 물안개가 걷히듯

안개가 사라지면 너를 다시 찾으련다

안개 속의 미로를 홀로 맴돈 힘겨움에

이름 모를 숲 속에, 풀썩 주저앉은 채

그리움의 끝자락을 두 손으로 움켜쥔다


나마저도 안개를 닮아가는 까닭에

가슴으로 하얀 안개꽃을 피워내면서

안개의 휘장 틈새로 목선되어 다가올

그 순간의 재회를 애타게 기다리며

침묵과 정적의 무인도에 기항하였다


그 많은 안개를 지우며 돌아본 세월,

아직 보고픔에 애태우는 사랑 때문에

깊은 그리움과 기다림의 꽃망울들이

해맑은 영혼 속의 투명한 꽃잎 되어

알알이 맺혀진 사랑꽃으로 피어난다


네가 먼저 떠난 길을 뒤따라가는

참으로 길고도 험준한 방황의 여정,

너를 찾아 떠난 안개 속의 미로에서

가슴으로 잉태한 새하얀 안개꽃을

너를 향한 내 사랑으로 간직한다


안개로만 가득한, 바람 부는 들녘에

안개꽃 환상이 유성으로 내리는 날,

네 목선은 기다림에 지친 나를 향해

마치 구원처럼 새 빛으로 다가오고

그 안개가 걷히면, 네 얼굴을 찾으리라


재회의 한 순간을 스스로 예비하며

은빛 연어처럼 모천으로 돌아온다는

네 언약 속의 힘겨운 귀환을 위하여

 비로소 닫혀졌던 가슴 문을 열면서

무인도의 둥지에서 별빛을 헤아린다


기다림과 그리움이 별빛으로 승화된

샛별 닮은 안개꽃을 너에게 전하련다

안개 속에 스며든 사랑, 하얀 사랑이다

작은 별로 떠있는 너를 찾기 위하여

커피와 함께 지새운 불면의 밤 때문일까

그 사랑의 의미를 가슴으로 깨닫는다


- 삶은 안개꽃 환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