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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서시인 / [가.을.목.소.리] [삶은 노을빛 외로움이었다]

박형서 2017. 11. 4. 16:56



가.을.목.소.리.


글 / 박 형 서


가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짙은 노을로만 가득한

갈빛 허전함의 가슴 속에

이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의 바람결이

나목의 빈 가지로

잠든 나를 흔들어 깨울 때,


이미 바람 닮은 가을은

더욱 깊게 외로워 질

나를 안고 위로하며

메마른 낙엽의 휩쓸림으로

하얀 설원이 펼쳐진

겨울의 길목을 향하여

서서히 멀어져갔다


시린 가슴 속으로 쌓여드는 

또 한 번의 쓸쓸한 이별,

안온한 겨울잠 속에 머물며

긴 시간의 기다림으로 이어질

헤어짐의 서글픈 순간이다


수많은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말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오직 침묵의 물결로

가슴시린 독백만을 남긴 채

저 멀리 사라져 가는데

강기슭에 나무처럼 서있는 나,

내 삶도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밤이면 나를 찾아 오던 이 가을,

서재에 덩그러니 남기고 간

가을 편지 한 장의 사연이

희미한 촛불 속에 밝혀지며

한 통의 편지는 살움직이고

그 음성으로 들려주는

심오한 깨달음의 목소리를

빈 가슴 속에 간직한다


왠지 가슴이 먹먹해져

흐르는 눈물을 목으로 삼킨다

초겨울의 좁은 문은 열리는데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져 내리고

 창 밖엔 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숲 속의 고개숙인 나목들이 

두 팔벌려, 빈 가지를 흔들고

가을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아련하고 깊은 울림이었다

아니, 첼로의 낮은 저음이었다


 - 삶은 노을빛 외로움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