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목.소.리.
글 / 박 형 서
가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짙은 노을로만 가득한
갈빛 허전함의 가슴 속에
이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의 바람결이
나목의 빈 가지로
잠든 나를 흔들어 깨울 때,
이미 바람 닮은 가을은
더욱 깊게 외로워 질
나를 안고 위로하며
메마른 낙엽의 휩쓸림으로
하얀 설원이 펼쳐진
겨울의 길목을 향하여
서서히 멀어져갔다
시린 가슴 속으로 쌓여드는
또 한 번의 쓸쓸한 이별,
안온한 겨울잠 속에 머물며
긴 시간의 기다림으로 이어질
헤어짐의 서글픈 순간이다
수많은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말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오직 침묵의 물결로
가슴시린 독백만을 남긴 채
저 멀리 사라져 가는데
강기슭에 나무처럼 서있는 나,
내 삶도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밤이면 나를 찾아 오던 이 가을,
서재에 덩그러니 남기고 간
가을 편지 한 장의 사연이
희미한 촛불 속에 밝혀지며
한 통의 편지는 살아 움직이고
그 음성으로 들려주는
심오한 깨달음의 목소리를
빈 가슴 속에 간직한다
왠지 가슴이 먹먹해져
흐르는 눈물을 목으로 삼킨다
초겨울의 좁은 문은 열리는데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져 내리고
창 밖엔 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숲 속의 고개숙인 나목들이
두 팔벌려, 빈 가지를 흔들고
가을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아련하고 깊은 울림이었다
아니, 첼로의 낮은 저음이었다
- 삶은 노을빛 외로움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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