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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서시인 / [노을빛 심연 속으로] [삶은 노을빛 외로움이었다]

박형서 2017. 9. 13. 19:01



노을빛 심연 속으로


글 / 박 형 서


침묵하는 석상이 숨겨져 있을 듯한

갈빛 물든 잎새들을 응시하며

고독의 심연보다 더 깊고 맑은

노을 물든 갈대 숲을 떠올린다

문득 을숙도의 모습이 다가온다


알수 없는 현기증, 아득한 깨달음에

나무 닮은 젖은 눈, 눈물이 고여든다

떨어진 낙엽으로 채워진 빈 가슴에

갈대의 흔들림과 철새의 날갯짓이

잠들려는 내 삶을 흔들어 깨운다

 

 가을 현의 음성을 기다리는 가슴벽에

여린 바이올린 선율과 첼로의 저음이

가을 음표들이 섞인 추상화를 그리고,


기다림으로 가득한 가슴 속 뜨락엔

겹겹이 쌓인 그리움의 날들이

외로움의 흔적들을 짙게 남기며

가을 야생화의 신비로운 생명으로

노을진 빈 들녘에 들꽃을 피우는데,


어디선가 가을의 정적을 안은 채

노을빛 쓸쓸함만 정겹게 다가오고

그 짧은 가을의 유리창 밖으로

갈빛 잎새들만 떨어져 내린다


밤새도록 차가운 가을비가 내려

나목의 빈 가지만 바람에 흔들리고

이 가을은 낯선 간이역으로 향했다


동면의 나목들이 빈 둥지에 안기면

노을 물든 심연의, 가을 계곡에서

신비롭고 아련한 코러스가 들려왔다


흑.백건반이 어우러진 가을 화음일까

잎새마저 사라진 나목의 빈 가지에

가을 詩想들이 눈꽃처럼 피어난다


간직하고픈 가을의 아쉬운 환상들이

노을빛 심연 속으로 떨어져 내리고

난, 가을 애상의 서글픔을 안고서 

불면의 가을 밤, 쓴 커피를 마신다


詩想의 색감들로 노을을 그려가고

노을만큼 아름다운 삶을 새겨간다 


 - 삶은 노을빛 외로움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