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서원의 언약
글 / 박 형 서
그 많은 아픔을 스스로 사위며
힘겹게 너를 잊어가고 있는데
여러번의 가을이 스쳐지난 어느 날,
서원의 기도 속에 사랑을 약속했던
바다가 보이는 하얀 교회를 찾는다
그 날도 오늘처럼 비가내렸고
잿빛 하늘은 마음속에 드리웠지만
긴 여정을 향한 동행의 언약,
정겹고 따뜻한 그 사랑이었다
지난 사랑의 애틋한 기억들이
삶의 하얀 스크린에 투영된다
수평선 너머에서 파도로 다가오는
바다의 신비로운 목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은 서로의 분신으로 남자고
그 언약을 생명처럼 남겼었다
두 손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인 채
기도보다 더 깊은 고백을 남겼는데
서원속의 그녀는 환상으로 다가올 뿐
어둠이 내리는 해안가에 앉아서
먼 곳으로 사라진 한 사람을 떠올린다
가을바다 보다 더 깊은 사랑이었는데
소리없이 스쳐 지난, 바람 같은 그 사랑
파도의 포말처럼 스러지는 사랑인 걸,
세 번째의 가을이 다가올 그 날,
너마저도 나처럼 방황할 것 같아서
엇갈리는 시간의 짙은 아쉬움에
바닷가의 교회를 다시 찾을 것이다
어디선가 네가 다가올 것 같아서
교회 앞뜰의 돌계단에 앉아
너를 만나고 싶은 보고픔에
재회를 위한 기도를 이어간다
바다가 들려주는 위로의 따스함에
얼어붙은 가슴이 녹아내린다
이제야 술대신 커피를 마시는 건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를 마주하는 재회의 만남까지
얼마나 가슴속이 쓰려야만 하는 걸까
얼만큼 아픈 삶을 살아야 하는 건가
지친 나를 떠난 너마저도
수평선 너머, 외로운 무인도의
삶의 미로를 어지럽게 방황하다
두 날개마저 상처를 입은 채
보라색 여명의 새벽빛 흐름으로,
떠난 둥지를 다시 찾아 오겠지
한 마리 새벽 새처럼 돌아올 너,
가슴문을 열고, 빈 둥지를 예비한다
- 삶은 새벽빛 고독이었다.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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