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집

박형서 시인 / [바람으로 머무는 사랑] [난, 너에게 사랑으로 남고 싶다]

박형서 2017. 9. 2. 19:23



바람으로 머무는 사랑


글 / 박 형 서 시인


1.

지하철 출구를 향하여

막차에서 내린 그들과 함께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삶의 무거운 짐이

너무나 힘겨운 까닭일까


거친 숨을 몰아쉬며

풀석 주저 앉았을 때,

지친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잠들었을 너에게로 향했다


보고 싶으면 변신하는

그 바람결의 흐름으로

따뜻한 너에게로 떠나며

외로운 발걸음을 옮긴다


투명한 바람의 모습으로

그리움의 계곡을 지나

잠시 눈물 골짜기에 머물다

홀로 쓸쓸한 바람으로,


나를 기다리다 잠들었을

보고픈 너를 떠올리며

나무들이 잠든 숲의 틈새를

정겨운 바람결의 흐름으로

더욱 세차게 달려간다


밤이면 환상처럼 다가와

내 깊은 외로움을 잠재우며

차가워진, 언 가슴을

따뜻한 손길로 녹여주고

새벽이 밝아오기 전에

새처럼 훌쩍 떠나가는 너,

넌, 누구란 말인가


얼만큼의 시간을

오직 바람으로 달린 걸까

한 그루 나무되어

지켜보는 네 작은 방,

갈빛 커튼 창가 틈새로

여린 불빛이 새어나온다


2.

불현듯 다가오는 불빛의 따스함,

그 빛들을 가슴 속에 담으며

창 밖, 나무 곁을 서성이다가

혼자서 허전하게 돌아갈 길을

왜 지친 바람으로 달려온 걸까


그 숨찬 호흡을 다스려가며

안타깝게 달려온 그 시간에

쓰라린 가슴 속의

기다림과 그리움의 아픔,

 그것은 바람의 눈물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가슴밭에

홀로 깊숙이 뿌리내린

맑은 영혼 속의 내 사랑,

그래서 눈감으면 떠오르는 

여린 실루엣처럼 남아서

나를 움직이고 춤추게 하는 걸까


목마름의 애타는 마음으로

너의 창가를 바라보면

메마른 영혼을 적시며

네 사랑의 단비가 내린다


너를 향한 심오한 사랑을

창문의 커튼을 흔드는

애잔한 바람으로 남긴 채

역풍의 기류를 뒤로하며

밤새도록 흘러왔던 숲 길을

아무런 말없이 되돌아 간다


얼굴에 맺히는 뜨거운 이슬

손등으로, 한 방울 떨어져 내릴 때

서글픔으로 남는 아련함,   

그것은 바람의 눈물이었다

목으로 삼키는 진한 눈물,

안타까운 바람의 흔적이다


밤새도록 되돌아 온 숲 길을

아쉬움을 안고 돌아오는데

멀리서 새벽빛 여명이 

보랏빛 물감처럼 번져들어

물망초의 작은 음성을 남긴다

" forget me nots..."


바람으로 머무는 사랑

그 바람의 눈물은 사랑으로

맑은 수액되어 내 영혼을 적신다


- 난, 너에게 사랑으로 남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