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속의 독백
글 / 박 형 서
아직 창 밖엔 바람이 불고있다
정녕 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소중한 너에게 주고 싶으련만
전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허전한 빈손이 부끄러울 뿐이다
나를 위해 네 삶을 전부 바친
그 지독한 사랑의 보답으로
금빛훈장 하나를 전하고 싶었는데,
피곤한 얼굴로 깊이 잠든 너에게
나를 찾아 가는 여행을 떠나면서
손 때 묻은 일기장 한 권만을
너의 얼굴 옆에 살짝 내려놓는다
겨울바다를 향한 새벽길을 걷는다
왠지 가슴으로 밀려오는 쓸쓸함에
홀로 독백을 남기며 그녀를 생각한다
“이젠 나도 너를 위한 것이라면
단 하나의 생명마저 바칠 수 있단다
이 한 마디의 심오한 독백만이
너를 위해 이미 기도로 예비 된
내 사랑의 심오한 고백이란다“
길고 긴 여정 속, 동행의 사랑을
가슴 벽에 짙은 흔적으로 남기며
네가 존재함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지나간 세월 속의 내 삶을 바라본다
참으로 뜨거운 열정의 날이었다
환한 불꽃으로 하늘로 피어올라
하얀 재의 흔적만을 남겼어도,
눈물겹도록 찬란하고 아름다운
감동적인 도전과 집념의 삶이었다
바람으로 스쳐가는 세월 앞에
한 그루 겨울 나목으로 서 있었다
고흐의 태양 빛, 해바라기를 닮은
샛노란 네 사랑이 아직 남아있어
하얀 겨울 삶은 더욱 외롭지만
아플 만큼 고독하진 않을 것이다
12월이 막을 내린 13월의 무풍지대,
커피향기 가득한 내 낡은 서재에서
그 많은 삶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지난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아쉬운 삶의 술잔을 홀로 들이킨다
삶은 좌절과 시련의 쓰라림이어도
절망의 깊은 늪, 사랑이 있는 까닭에
온통 짙은 어둠 속의 터널이련만
정해진 시간에 빛의 기적이 일어나는
역전과 반전의 드라마로 이어진다
기적, 모세의 홍해는 갈라지고 있었다
책들과 커피의 향기로운 서재에서
한 해를 보내는 술잔을 들기 위해
카프카와 헤세, 전혜린과 니체가
긴 광야길의 동행인, 그녀와 함께
촛불을 바라보며 빈 의자에 앉는다
서로에게 전할 말이 너무 많기에
차라리 미소 지으며 표정으로 말한다
은빛 유리잔에 술을 가득 따르며
서로 간직한 미완의 사랑을 위하여
촛불이 그려놓은 밝음의 타원에서
삶을 위한 자축의 술잔을 높이 든다
슬픈 일기장에 촛불이 스며드는
침묵이 너무나 아름다운 밤인데
촛불은 흐려지고, 새벽문이 열린다
팔랑이던 촛불은 서서히 꺼져가고
흐린 창문 밖에 하얀 달이 걸릴 때
그 모든 삶은 스물인 까닭에
새벽빛 축제는 다시 시작되었다
- 우리들의 축제는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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