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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서시인 / [가을, 빈 가슴이 쓰려온다] [난, 너에게 사랑으로 남고 싶다]

박형서 2017. 9. 7. 19:45



가을, 빈 가슴이 쓰려온다


글 / 박 형 서


1.

네가 떠난 길목에 어둠이 내린다

하늘은 온통 별빛 사랑이었는데

샛별마저 구름 속에 숨어버리고  

헤어짐의 허전한 그 눈물이

이별 속으로 노을처럼 번져든다


날아오를 날개를 간직하고 있었다면

네가 날아오른 낮은 하늘로

오직 비상의 순간만을 기다리며

기다림의 사랑을 날개 속에 감추고

따뜻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살텐데

네가 떠난 암울함에 고개를 숙인다


한 마리 새가되어 내 곁을 떠난

그 순간의 서글픔을 잊을 수 없어

연약한 내 가슴은 무너져 내리고

수면의 맑은 의식은 백야로 가득하다


너마저 나를 떠난 헤어짐의 고통에

네가 남긴 한 장의 가을 편지를

거듭 반복하여 읽으면서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건만,


애틋한 그 사랑을 잊을 수 없어

먼 훗날, 추억으로 남을 흑백 사진을

세월의 갈피 속에 소중히 간직한다


지난 세월의 문을 조금씩 열어본다

내 사랑의 영상이 스크린에 비추인다

하얀 눈길을 함께 걷던 설원의 철로,


고요한 정적의 하얀 벽을 뚫고서

사랑의 설국 열차만 달려간다

너의 사랑마저 받아주지 못했던

찬바람만 가득한 겨울 사랑이었다


너의 외로움을 감싸 주지 못했던

너보다 더 외로운 빈 갈대였다

너의 쓸쓸함마저 포옹할 수 없었던

너보다 더욱 쓸쓸한 그림자였다


너와 나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은빛 억새풀처럼 춤추고 있던 걸까

갈대와 철새들도 깊이 잠든 밤

우리들은 헤어져 어디로 가는 걸까


사랑을 하면서도 외롭다던 네 고백이

마음 속에 짙은 후회로 내려 앉는다

사랑을 품고서도 방황하며 몸을 떨던

너의 찬 가슴을 녹여줘야 했는데,

나의 눈빛은 오직 나에게로 향했었다


2.

나도 너처럼 긴 여정의 지친 삶을

힘겹게 살아 가야만 하는 까닭에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따스한 네 손길을 기다리곤 했었다


감동으로 다가온 운명적인 사랑인데

그저 바람처럼 스쳐가는 사랑이었다

첫 새벽처럼 찾아온 여명 속의 그 사랑,

엇갈리며 스쳐가는 서글픈 사랑이다


네가 항상 내 안에 머물고 있었건만,

한 마디 말조차 남기지 않고서

말없이 뒷 모습만 보이며 떠나 간,

광야 길의 사랑이 시리도록 외롭다 


너에게 사랑만을 달라고 외치던

슬프도록 이기적인 사랑이었다

너에게 전한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을 원하며 탐욕만을 남기던

교만의 마음이 시리도록 저려온다


네가 내 안에서 눈물 짓던 이유를

너의 처연한 모습을 바라 본 이후부터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사랑임을 알았기에

비로서 속죄하며 아쉽게 깨닫는데

묵상의 기도가 내 가슴을 때린다


네가 남기고 떠난 따스한 빈 둥지,

  정겹던 빈 자리가 더욱 커질수록

걸어야 할 광야는 힘겹게 다가오고

가슴벽 원고지엔 낙엽만 떨어진다


네가 남긴 사랑이 눈 속으로 스며들어

안타깝고 서러운 눈물만을 쏟게한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야 잊혀질까


심오한 고독 속에 네가 있다는 걸

낮아진 마음으로 고개숙여 기도할 때

바이블의 말씀이 잠든 나를 깨우고

나의 가을 가슴을 세차게 때렸다


가을비가 내려 기도속에 스며들고

가슴샘으로 뜨거운 눈물이 고여들어

그 많은 눈물을 목으로만 삼키는데

아픈 가을, 빈 가슴이 쓰려온다


- 난, 너에게 사랑으로 남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