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의 돌계단
글 / 박 형 서
늦가을의 숲 속 길을 홀로 걸어가며
스쳐 지난 세월의 기억들을 떠 올린다
기도하며 속죄 할, 회개의 시간이다
왜 그렇게 이기적인 삶만을 살았을까
미움의 눈빛으로 타인들을 바라보며
시기심과 질투로 기어오른 아득한 곳,
광대들의 곡예만을 어설프게 흉내내며
스스로 쌓아올린 교만 속의 높은 탑
삶의 외줄 잡고서, 이곳까지 올랐지만
나를 닮은 사람들이 슬픈 춤을 이어갈 뿐
가을 속의 돌계단에 긴 어둠이 내리고
아픈 눈물 쏟아야 할, 속죄가 남아있다
더 높은 하늘 끝으로 날아오르고 싶어
힘 잃은 두 날개를 겨우 추스르며
또 한 번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지만
타인들을 딛고 오른 죄악이 두려워
하늘 잃은 새처럼 날개를 접는다
겨울로 향하는 늦가을의 문턱에서
그 분께 지난 삶의 용서를 간구하며
깊은 상처 남겨준 타인들을 껴안는다
비에 젖은 나무와 잎새들을 보면서
자아를 내려놓고, 내 삶을 비우려고
하얀 갈대처럼 스스로 고개를 숙인다
겨울을 살아야 할,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문득 혈기와 탐욕의 세월들을 돌아본다
허무 속의 안타까운 바둥거림 이었고
허상만을 쫓아가던 아픈 세월이었다
두 손에 잡히는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안개 속의 탑들은 환상처럼 지워지고
비로소 나타나는 돌계단을 응시한다
내 가슴을 찢어내는 깨달음 속으로
속죄의 돌계단이 길게 펼쳐지면서
가을 속의 돌계단이 레마로 다가왔다
아! 왜 이렇게 숨 가쁘게 살아 왔을까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얻은 건가
많은 것을 잃었지만 꿈마저 얻지 못한
빈 손, 빈 마음, 빈 가슴이 저려오고
가슴시린 허전함에 울고 싶어진다
돌아보니 온통 후회의 삶뿐이다
동면을 위하여 돌계단이 있는 걸까
하얀 설원의 겨울로 향하는 그 길은
참회의 기도로 무릎 꿇고 올라야 할
가을 속에 숨겨진 돌계단 이었다
하얀뻐가 보이는 통증을 이겨내며
오직 무릎으로 돌계단을 올라가던
마틴 루터의 속죄가 가슴을 때린다
나를 지켜보는 그 누군가에 의해
내 모습을 투시하며 녹화되는 필름들은
스크린의 영상으로 끊임없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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