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신비한 바람의 기류에 떠밀려
무작정 걷다 도착한 숲 속길,
문학의 숲 속에서 방향을 상실한 채
돌아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13월의 무인도처럼 조용한 숲 속,
밤이오면 샛별을 헤아렸습니다
그리고 달빛 가득담긴 커피를 마시면서
숲 속 나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렵게 먼 길을 힘겹게 돌아
한 마리 새처럼 찾아온 나의 서재,
책상 위의 촛불은 이미 꺼지고
주인잃은 서재는 온통 어둠이었습니다
조용히 의자에 앉아 꺼진 촛불을 다시 켭니다
원고지가 걸어서 나에게 다가오고
만년필도 나를 향해 걸어왔습니다
숲 속의 방황을 끝내고 돌아온 좁은 길,
글을 쓰고 싶은 심한 목마름에
몇 잔의 커피를 연달아 마셔보련만,
가슴 속의 갈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메마른 영혼의 빈 숲 속엔
찬 바람결만 가득 고여 들었습니다
세찬 바람을 잠재우고 싶어서,
원고지와 팔랑이는 촛불을 바라봅니다
촛불은 둥근 원의 파문을 그리며
점점 더 밝아져 옵니다
흔들리는 촛불을 끌어 안은 채
새벽을 깨우는 보라빛 여명의 율동,
숲 속에서 기다리던, 그 빛이었습니다
거듭 태어나고 싶은 염원이었습니다
촛불과 여린 빛이 밝혀주는 원고지에
아련한 노을처럼 물들어가는
가을빛 사랑을 써내려갑니다
커피 포트의 물은 보글보글 끓고 있는데
아직 가슴 속은 시리기만 합니다
2017. 08.24
가을빛 사랑의 실루엣
글 / 박 형 서
가을이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 들던 날
흐릿한 하늘은 아주 낮게 가라앉고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미 스쳐 지나간 사랑이련만
그 사랑이 서서히 끝나갈 때
다시 기다림의 사랑이 시작된다는
가을 닮은 시인의 음성을 떠올린다
사랑을 잃었을 때 사랑을 볼 수 있는
시인의 심미안, 그 깊은 가슴에
상처받은 내 사랑을 내려놓건 만
허전함은 눈처럼 쌓여만 간다
한 사람은 멀리 떠났지만
그 사람은 아직 환상처럼 남아있다
따스하던 체온의 한 사람은 없어도
눈감으면 떠오르는 사랑으로 간직된다
상처가 아픈만큼 사랑도 쓰린 걸까
헤어짐으로 인해 흘려야 할
안타까운 그 몸짓 그 눈물이
형벌처럼 남아야 할 사랑이란 걸
너무 늦게 시린 가슴으로 깨닫는다
떠나간 사랑 속에 내 가을이 있기에
난, 오랜 세월 가을만을 살 것이다
이별때문에 스스로 겪어야 할
기다림과 그리움의 속 깊은 아픔이
얼마나 서글픈 것인지,
가을 바람이 다가와 알려주고
잠시 머물던 바람은 저 먼 곳으로
가을 잎새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산 너머로 멀어지는 노을의 아련함이
가을 사랑의 실루엣으로 번져갈 때
정녕 사랑은 노을빛 외로움이었다
- 삶은 노을빛 외로움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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